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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국가데이터처가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반가운 소식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를 기록하며, 5월과 6월 두 달 연속 이어졌던 3%대 물가에서 벗어나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조치가 함께 맞물린 결과입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 자료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숫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근원물가는 오히려 31개월 만에 최고치
가장 눈에 걸리는 대목은 근원물가입니다. 식료품과 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근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3년 12월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물가는 내려갔는데 근원물가는 오히려 오른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건 유가나 농산물 가격처럼 일시적이고 변동성이 큰 요인인 반면, 근원물가는 임금이나 임대료, 서비스 요금처럼 한 번 오르면 잘 안 내려가는 항목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개인서비스 물가는 이번 달에도 계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서비스 물가 전체로는 전년 대비 2.6% 상승했습니다. 한마디로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좋아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물가 상승의 '기초 체력'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장바구니 물가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파 값이 1년 전보다 18.3% 올랐고, 수입 소고기는 8.7%, 쌀은 7.9%, 달걀은 7.5% 뛰었습니다. 반면 배추는 18.4%, 무는 10.8% 떨어지는 등 품목별로 등락이 크게 갈렸습니다. 전체 지표는 안정됐다고 해도, 실제로 자주 사는 품목이 무엇이냐에 따라 체감하는 물가는 사람마다 꽤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은도 "8월엔 다시 오른다"고 경고
더 신경 쓰이는 건 한국은행이 이번 물가 둔화를 그다지 안심하는 분위기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 발표와 함께 나온 분석에서 한은은 "8월 물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엔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작년 8월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한 달간 시행됐던 휴대전화 요금 할인이 올해는 사라지면서, 이 기저효과만으로도 8월 물가상승률이 0.6%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정부 관계자도 오늘 브리핑에서 "중동전쟁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국제유가 변동성과 환율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7월 수치는 유가와 농산물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우연히 함께 안정된 덕에 만들어진 '일시적인 2%대'일 가능성이 있고, 8월부터는 다시 오를 가능성을 정부와 한은 모두 이미 예고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발표가 우리 생활에 의미하는 것
이런 흐름은 몇 가지로 우리 일상과 맞닿습니다. 먼저 통신비입니다. 지난해 요금 할인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8월부터 휴대전화 요금이 체감상 오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요금이 바뀌지 않아도, 작년과 비교하는 통계상으로는 오른 것처럼 잡히는 구조입니다. 다음은 외식과 서비스 요금입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이번에도 계속 오름세를 유지했는데, 이런 항목들은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추석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정부는 다음 달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는데, 성수품 가격 안정과 취약계층 부담 완화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물가 흐름은 통화정책과도 이어집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3년 6개월 만에 인상했던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8월 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는 27일로 예정된 다음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 논의에 더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결국 오늘 나온 2.8%라는 숫자는 반가운 소식이면서 동시에, 다음 달엔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이미 예고된 숫자이기도 합니다. 헤드라인 하나로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보다, 근원물가와 서비스 요금처럼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항목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금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