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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미국이 전 세계에 매기던 10% 관세가 사라집니다. 얼핏 들으면 좋은 소식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사라지는 자리를 더 복잡하고 더 오래가는 관세가 채우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미국은 '무역법 122조'라는 조항을 꺼내 임시로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최대 150일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점이었고, 그 150일째 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미 다음 카드를 준비해뒀습니다. '무역법 301조'입니다. 이 조항은 기간 제한이 없어서, 한 번 걸리면 훨씬 오래갑니다. 관세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단단한 법적 근거를 가진 관세로 갈아타는 셈입니다.
한국이 왜 특히 불안한가
한국은 이미 지난해 여름, 미국과 협상 끝에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춘 상태입니다. 3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00조 원이 넘는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받아낸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301조 관세가 이 15%라는 숫자를 다시 흔들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부터 두 가지 조사를 진행해왔습니다. 하나는 '구조적 과잉생산', 다른 하나는 '강제노동'입니다. 그리고 강제노동 관련 관세는 이미 결론이 났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45개 경제권에 12.5%를 매기기로 한 겁니다. 여기에 과잉생산 관세까지 별도로 부과되면, 두 관세가 그대로 더해질지 아니면 기존 15% 상한 안에서 흡수될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단순히 더해지는 방식이라면, 우리가 힘들게 지켜낸 15%라는 숫자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더 골치 아픈 건 타이밍입니다. 미국은 이번에도 관세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오늘 10% 관세가 끝나는 순간 301조 관세를 곧바로 이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협상할 시간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채로, 법 조항만 바뀐 관세를 다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이 상황을 정부도 가볍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미 워싱턴에 도착해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고, 목표는 명확합니다. 두 건의 301조 관세가 겹치더라도 최종 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 측에서도 완전히 강경한 입장만은 아닙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은 외국 기업들이 떠안았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관세로 인한 미국 내 물가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뉘앙스로도 읽힙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이달 26일, 늦어도 30일 이전에는 최종 방향이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이란 문제나 특정 기업 이슈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와 관세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 삶에는 뭐가 달라지나
당장 오늘 마트 물가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관세는 시차를 두고 우리 생활에 닿습니다. 가장 먼저 영향받는 건 자동차, 철강, 반도체처럼 미국에 많이 수출하는 산업입니다. 관세가 오르면 이 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수익이 줄면 투자와 채용에도 영향이 갑니다. 실제로 최근 이런 업종에서는 대미 수출 물량과 가격을 놓고 조정에 들어간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환율입니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었고,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그러니까 우리가 사 먹고 사 쓰는 것들의 가격에도 서서히 영향을 줍니다. 세 번째는 좀 더 장기적인 이야기인데, 이번 301조 관세는 122조 관세와 달리 기간 제한이 없다는 점이 부담스럽습니다. 임시방편이 아니라 꽤 오래 이어질 수 있는 부담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주 안에 나올 미국의 최종 관세율 발표, 그리고 한국 정부가 15% 상한을 실제로 지켜내는지는 앞으로 몇 달간 수출기업 실적과 환율, 나아가 물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 올여름 내내 계속 따라다닐 이슈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