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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 자료를 보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조합이 하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역대급 호황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이 역대급으로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었다는 겁니다. 같은 나라, 같은 달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상반된 두 흐름이 왜 동시에 벌어졌는지, 그리고 이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숫자만 보면 역대급 호황이다
6월 경상수지는 497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5월(386억 1,000만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새로 쓴 겁니다. 이 흑자를 이끈 건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6월 상품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SSD 등 컴퓨터 주변기기는 282.7%나 뛰었습니다. 상반기 누적으로 보면 경상수지 흑자가 1,91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 규모입니다. 이런 흐름 덕분에 해외 투자은행들도 한국 경제를 보는 눈높이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2%로, 지난 4월 2.4%였던 것이 넉 달 연속 상향된 결과입니다. JP모건은 3.8%까지 제시했고, 8곳 중 6곳이 3%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3곳이었으니, 한 달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은 역대급으로 팔았다
이렇게 좋은 숫자들 사이에 낀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316억 1,000만 달러 감소했습니다. 이전 최대 기록이었던 5월(-310억 5,000만 달러)을 한 달 만에 다시 갈아치운, 역대 최대 순매도입니다. 경상수지 흑자액의 63.5%에 해당하는 돈이 외국인 주식 매도로 빠져나간 셈입니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를 찍은 바로 그 달에, 외국인은 오히려 반도체 관련 주식을 포함해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았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차익실현 매도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풀면, 반도체 랠리를 타고 이미 크게 오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특정 국가나 종목에 쏠린 비중을 다시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한국 주식이 정리 대상이 됐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시기는 코스피가 6월 중순 9,000선을 넘어섰다가 이후 큰 폭의 조정을 겪었던 시기와도 맞물립니다.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역설적으로 실물 경제 지표가 가장 좋았던 달에 주식시장 수급은 가장 나빴던 셈입니다.
이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게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좋으면 주가도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나라 전체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이고, 주가는 그 순간 투자자들의 심리와 자금 이동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둘은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이 좋다고 다른 쪽이 반드시 따라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더 오르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차익실현이 몰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외국인이 대거 팔고 나간 뒤에도 해외 IB들의 한국 성장률 전망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매체는 이 상황을 두고 "반도체 고점론을 비웃는 역대급 경상수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즉 개별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 판단과, 기관들이 보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 체력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부분은 7월 이후 흐름입니다. 관련 분석에서는 7월에는 차익실현과 리밸런싱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의 미국 예탁증서(ADR) 발행 같은 개별 이벤트가 수급에 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경상수지 발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나라 경제의 체력과 주식시장의 단기 흐름은 다른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좋은 지표 하나만 보고 시장 전체를 판단하기보다는 그 이면에서 실제로 어떤 돈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