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요즘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예전 같은 공채는 이제 없다"는 말이 나온 지 꽤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온 통계를 보면 이게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 숫자로도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공고는 재작년보다 43%나 줄었습니다. 쉽게 말해 작년까지만 해도 신입을 뽑던 대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올해는 그 자리를 아예 접었다고 보면 됩니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문 자체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 셈입니다.
채용공고 100건 중 신입 자리는 3건도 안 된다
올해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는 14만 4,181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신입만 뽑는다고 명시한 공고는 3,749건, 비율로 치면 2.6%에 불과했습니다. 채용공고 100건을 쭉 늘어놓고 보면 그중 97건은 "경력자만 지원 가능"이라고 적혀 있고, 나머지 3건 정도만 신입에게 문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취업 사이트를 열어봤을 때, 지원 자격을 갖춘 공고를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 숫자 하나로 설명이 됩니다. 이 여파는 실제 고용 통계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5월 전체 취업자 수는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는데, 이때 감소한 25만 5,000명 중 상당수가 청년층이었습니다. 25만 5,000명이면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 전체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한 달 사이에 그만큼의 청년 일자리가 통째로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채용을 늘리라면서 혜택은 없애는 아이러니
더 아이러니한 건 정부 정책 방향입니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내년부터 대기업을 통합고용세액공제 대상에서 완전히 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신규 채용으로 전체 근로자 수를 늘리면 그만큼 세금을 깎아주던 장치였습니다. 채용 여력이 가장 큰 대기업에서, 정작 채용을 늘릴 유인 하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재계에서는 "청년 채용을 늘리라고 하면서, 채용 여력 있는 대기업의 유인책부터 없애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입 채용 자리가 이미 반토막 난 상황에서 이런 정책까지 겹치면,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더 보수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고 채용이 완전히 멈춘 건 아니다
다만 "취업문이 아예 닫혔다"고 보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는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10곳 중 6.7곳꼴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문제는 채용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기업(54.8%)이 수시채용을 택했고, 3분의 2가 넘는 기업(67.6%)이 직무 경험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답했습니다. 채용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언제, 몇 명을, 어떤 절차로 뽑을지 미리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정기 공채는 지원 시기가 정해져 있어 준비하기 수월했지만, 수시채용은 팀별로 필요할 때마다 공고를 내다 보니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자를 선호하는 쪽으로 흐릅니다. 실제로 대졸 청년 두 명 중 한 명(53.9%)이 이런 '경력 중심 채용'을 취업의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꼽았습니다.
지금 구직 중이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런 흐름 속에서는 접근 방식 자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대규모 공채 일정만 기다리기보다 관심 있는 기업과 직무의 수시채용 공고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수시채용은 공고가 언제 뜰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관심 기업 목록을 미리 정해두고 채용 플랫폼 알림을 설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 직무 경험을 핵심으로 보는 기업이 3곳 중 2곳꼴인 만큼, 관련 인턴십이나 프로젝트 경험, 자격증처럼 실무 역량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이력을 미리 쌓아두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셋째, 대기업 정규직 신입 자리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중견기업이나 특정 직무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까지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기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있고, 그룹 공채 전형과 직무 수시가 함께 운영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공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대기업 신입 자리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청년 25만 명이 한 달 사이 일자리를 잃은 지금의 상황은 결코 가벼운 신호가 아닙니다. 다만 채용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형식이 바뀐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바뀐 룰에 맞춰 준비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