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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10개 중 9개, AI가 삼켰다

얼마 전 대기업 신입 채용이 반토막 났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그 원인을 콕 집어 분석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내놓은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보고서입니다. 그동안 "요즘 취업 안 되는 게 다 AI 때문이라던데"라는 말이 카더라처럼 떠돌았는데, 이번엔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직접 숫자로 확인해준 셈입니다.

사라진 일자리 10개 중 9개가 AI 업종에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사이,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 5,000개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6만 8,000개, 그러니까 10개 중 9개꼴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의 대부분이 한 곳, AI와 가까운 업종에 몰려 있다는 뜻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체감이 더 확실해집니다. 정보서비스업은 청년 취업자가 4년 새 31.4%나 줄었습니다. 대략 세 명 중 한 명이 사라진 셈입니다. 출판업도 27.4% 줄어 네 명 중 한 명꼴로 감소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업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감소했습니다. 이른바 '사무직 초급 일자리'로 분류되던 업종들이 나란히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겁니다.

그런데 같은 업종, 50대는 오히려 늘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청년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바로 그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같은 기간 23만 개나 늘었습니다. 이 증가분의 75.2%인 17만 3,000명이 다름 아닌 AI 고노출 업종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AI 확산이라는 현상 안에서 청년은 일자리를 잃고, 50대는 오히려 일자리를 얻은 겁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두고 "AI 확산이 전체 일자리를 일괄적으로 줄이기보다, 연령과 경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풀면, AI가 대신할 수 있는 건 아직 경력이 없는 초급 업무이고, 반대로 오랜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한 업무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결국 신입이 밟고 올라가야 할 첫 계단, '경력 사다리'의 맨 아래 칸이 AI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이 보고서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7.0%로,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5.4%)보다 1.6%포인트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챗GPT 출시 이전인 2019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두 그룹의 실업률이 각각 8.2%, 8.0%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고학력, 즉 AI가 대신하기 쉬운 인지·분석 업무를 주로 맡던 청년층일수록 최근 들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AI 탓"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다만 한국은행 스스로도 이 결과를 "AI 때문에 청년 채용이 줄었다"고 단순하게 결론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AI가 사람의 업무를 통째로 대신하는 '자동화' 방식을 많이 쓰는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폭이 컸던 반면, AI를 초안 작성이나 검증처럼 업무를 거들어주는 '증강' 방식으로 쓰는 업종에서는 이런 감소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문제는 AI 도입 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도구'로 쓰는지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쓰는지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팬데믹 이후 과잉 채용의 정상화, 경력직 중심 채용, 기업 내부 교육 약화 등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며 "AI만의 직접적인 효과라기보다, 기존의 채용·업무 방식 변화를 AI가 가속화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AI 고노출 업종에서는 신규 채용 감소뿐 아니라 기존에 일하던 청년들이 회사를 떠나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2016~2019년 월평균 3,700명이던 청년 이직·퇴사 규모가, 2022년 7월 이후에는 4,900명으로 약 32% 늘었습니다.

그래서 청년 구직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보고서가 던지는 시사점은 단순한 위기감을 넘어섭니다. 한국은행은 정책 방향을 두고도 "기존 초급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쏟기보다, 청년층이 AI를 활용해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는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비슷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첫째, AI를 단순히 두려워하기보다 '증강' 방식으로 활용하는 역량, 즉 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정보서비스업이나 출판업처럼 이미 감소율이 두드러진 업종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 안에서도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 중심 직무인지, 사람을 돕는 증강 중심 직무인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초급 사무직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흐름인 만큼, 특정 직무의 전문성이나 실무 경험을 다른 경로(인턴십, 프로젝트, 자격증 등)로 미리 쌓아두는 것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청년 일자리 10개 중 9개가 AI와 가까운 업종에서 사라졌다는 숫자는 분명 무겁게 다가옵니다. 다만 같은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늘었다는 사실, 그리고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는 분석까지 함께 보면, 이건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기보다 지금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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