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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세제개편 열흘, 매물은 늘고 전세는 줄고

지난 8월 3일 발표됐던 부동산 세제개편안, 기억하실 겁니다.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비거주·다주택자에게는 세 부담을 확 늘리는 내용이었죠. 그로부터 열흘 남짓 지난 지금, 실제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세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부랴부랴 집을 팔았는데 다시 바뀌는 건가요"라는 매도자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발표 직후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의도한 방향과 우려됐던 부작용이 동시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물은 늘었다, 그런데 강남에 몰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3일 6만 409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11일 6만 2,789건으로 늘었습니다. 열흘 새 2,380건, 3.9%가 늘어난 겁니다. 그런데 이 증가분이 고르게 퍼진 게 아니라 유독 한 곳에 쏠렸습니다. 서초구가 6.3%, 강남구와 용산구가 각각 6.1%, 5.6% 늘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번 개편안에서 과세표준 6억 원 초과, 시세로 치면 약 32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종부세 최고세율이 현재 1.0~2.7%에서 2028년까지 1.3~5.0%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세율이 오르기 전에 팔아치우려는 강남권과 한강벨트 집주인들이 매물을 늘린 겁니다. 다만 매물이 늘었다고 실제 거래로 이어진 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3~11일) 계약분 중 12일까지 신고된 매매 거래는 강남구 7건, 서초구 4건, 송파구 5건, 용산구 4건에 그쳤습니다. 4개 구를 다 합쳐도 스무 건이 채 안 됩니다. 현장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매물은 늘었지만 가격은 보합이다. 급매물이 나오기 전엔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매물은 쌓이는데 실제 계약은 관망세인, 전형적인 눈치보기 장세입니다.

그런데 정작 전세는 오히려 줄었다

더 눈여겨봐야 할 건 전세 시장의 변화입니다. 같은 기간(3~11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 8,271건에서 3만 8,157건으로 114건, 0.3% 줄었습니다. 특히 매매 매물이 크게 늘었던 바로 그 지역에서 전세는 오히려 더 많이 빠졌습니다. 송파구 전세 매물이 6.0% 줄었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1.8%, 1.2% 감소했습니다. 매매 매물이 늘어난 지역에서 전세 물량은 정반대로 줄어드는 현상이 겹쳐서 나타난 겁니다. 이유는 이번 개편안의 또 다른 축에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고, 세 부담을 피하려면 아예 그 집에 들어가 실거주하는 게 유리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세를 놓던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려고 직접 들어와 살기로 하면, 매물로 나와 있던 전세는 그만큼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최근 석 달 동안 28.9% 늘었지만, 전세만 따로 떼어보면 2년 전보다 22% 넘게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다만 이 장기적인 전세 감소를 이번 세제개편 하나의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주 물량 감소, 갭투자 위축, 전세사기 이후 임대시장 구조 변화,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가 오랫동안 쌓여온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이번 개편이 실거주와 매각을 강하게 유도하는 방향인 만큼,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노원구로 몰린 무주택 신혼부부들

흥미로운 건 이런 흐름이 서울 외곽 지역의 매수세도 함께 자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수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 상위 3곳은 노원구, 강서구, 구로구였습니다. 노원구는 7월 한 달에만 510건이 거래됐는데, 이 중 440여 건이 10억 원 미만 거래였습니다. 소형 평수가 많아 1인 가구와 신혼부부가 몰리는 지역입니다. 실제로 대출을 최대한 받아 새 보금자리를 찾는 무주택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포함되면서, "앞으로는 집을 사서 직접 들어가 사는 게 낫다"는 심리가 무주택자들의 매수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 결과 노원구의 8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6%로, 서울 전체 상승률(0.26%)의 거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올해 누적 상승률로 보면 구로구가 9.13%로 2위, 강서구가 8.99%로 3위를 기록해, 강남이 아닌 외곽 지역이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입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까지의 흐름을 정리하면, 정부가 의도했던 '매물 출회'는 일단 강남·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게 곧바로 가격 하락이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고, 오히려 전세 매물 감소라는 우려했던 부작용도 같은 시기에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의 매수 심리까지 자극하면서, 시장이 정부 의도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도 움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값보다 전월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체결된 계약은 아직 신고 기한이 많이 남아 있어서, 지금 공개된 실거래 자료만으로 최종 결과를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업계에서는 이달 안에 나올 국회 입법예고와 정기국회 논의 과정, 그리고 9월 실거래 신고가 본격적으로 쌓이는 시점은 돼야 이번 개편이 시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 좀 더 명확히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전월세나 매매를 앞두고 있다면, 강남권 매물 증가라는 표면적 숫자보다 본인이 관심 있는 지역과 가격대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노원구 사례처럼 매수 심리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세입자라면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함께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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