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발표됐던 부동산 세제개편안, 기억하실 겁니다.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비거주·다주택자에게는 세 부담을 확 늘리는 내용이었죠. 그로부터 열흘 남짓 지난 지금, 실제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세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부랴부랴 집을 팔았는데 다시 바뀌는 건가요"라는 매도자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발표 직후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의도한 방향과 우려됐던 부작용이 동시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물은 늘었다, 그런데 강남에 몰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3일 6만 409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11일 6만 2,789건으로 늘었습니다. 열흘 새 2,380건, 3.9%가 늘어난 겁니다. 그런데 이 증가분이 고르게..
지난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수치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3.2%로, 불과 석 달 만에 0.7%포인트나 올려 잡은 겁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 안에 이 축포와는 어울리지 않는 숫자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올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11만 개에 그칠 것이라는, 종전 전망보다 6만 개나 줄어든 전망치였습니다. 경제는 더 빠르게 크는데, 일자리는 오히려 덜 생긴다는 이 모순, 어떻게 된 일인지 들여다봤습니다. 성장률을 끌어올린 건 사실상 반도체 하나였다 이번 상향 조정분 0.7%포인트 가운데 0.6%포인트, 그러니까 10 중 8.5 정도가 반도체 하나에서 나왔습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얼마 전 대기업 신입 채용이 반토막 났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그 원인을 콕 집어 분석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내놓은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보고서입니다. 그동안 "요즘 취업 안 되는 게 다 AI 때문이라던데"라는 말이 카더라처럼 떠돌았는데, 이번엔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직접 숫자로 확인해준 셈입니다. 사라진 일자리 10개 중 9개가 AI 업종에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사이,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만 5,000개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6만 8,000개, 그러니까 10개 중 9개꼴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의 대부분이 한 곳, AI와 가까운 업종에 몰려 있..
요즘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예전 같은 공채는 이제 없다"는 말이 나온 지 꽤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온 통계를 보면 이게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 숫자로도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공고는 재작년보다 43%나 줄었습니다. 쉽게 말해 작년까지만 해도 신입을 뽑던 대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올해는 그 자리를 아예 접었다고 보면 됩니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문 자체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 셈입니다. 채용공고 100건 중 신입 자리는 3건도 안 된다 올해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는 14만 4,181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신입만 뽑는다고 명시한 공고는 3,749건, 비율로 치면 2.6%에 불과했습니다. 채용공고 100건을 쭉 늘어놓고 ..
앞서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전세대출 규제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사실 이번에 검토되는 전세대출 규제는 그보다 범위가 조금 더 넓습니다. 집이 아예 없는 무주택 세입자들에게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세대출 공적보증 한도를 낮추는 방안입니다. 오늘은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보증한도 80%→70%, 무슨 의미인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은행은 세입자가 혹시라도 돈을 못 갚을 경우를 대비해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을 함께 받습니다. 지금까지 수도권 전세대출의 공적 보증 비율은 대출금의 80%였는데, 이를 7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이 이번 대책에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위험 부담이 그만큼 커지..
요즘 부동산 뉴스를 보면 좀 헷갈릴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종부세를 올리고 전세대출을 막겠다는 규제 이야기가 쏟아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대출 규제를 풀고 보증을 늘리겠다는 공급 이야기도 함께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둘은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라 한 세트입니다. 투기 수요는 조이고, 실제로 집을 짓고 공급하는 쪽은 열어주겠다는 게 정부의 큰 그림입니다. 오늘은 그 '열어주는' 쪽, 즉 공급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발단은 대통령의 '발상의 전환' 주문 이번 공급대책 논의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인 압박이 있었습니다. 최근 두 차례 열린 부동산 정책 점검 회의에서 대통령은 총 13시간 반에 걸쳐 토론을 이끌며 "기존 사고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전환적으로 판단해서..